우렁살 츠미레



오늘 요리는 "우렁살 츠미레つみいれ"입니다. 츠미레つみいれ[摘(み)入れ]는 생선살을 다져 밀가루 반죽과 함께 동그랗게 뭉쳐서 삶아 먹는,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지요.. 산후조리하는 산모들에게도 아주 잘 어울리는 음식이라 산모용으로 조금 편곡을 해서 만들어 봅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우렁살을 비롯해 칼슘의 흡수를 도와주는 목이버섯, 산모들의 우울증을 예방해주는 DHA가 풍부한 연어, 대구살(동태살), 새우살을 준비합니다.

손진태의 《한국민족설화의 연구》에 ‘나중미부(螺中美婦) 설화’라 불리는 우렁각시 설화의 주인공인 우렁이는 각종 영양성분 중에서도 여성에게 제일 중요한 칼슘과 철분의 함량이 식품 전체에서 거의 최상일 정도로 풍부합니다. 게다가 특유의 미끌미끌한 진액에 콘드로이틴이 많아 특히 피부미용에 좋은 효과를 발휘합니다. 이래나 저래나 설화 속에서 아름다운 여성과 우렁이와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선조님들의 혜안을 통한 필연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습니다. 우렁이는 논우렁이, 논고동, 강우렁이라고도 하며 한자어로 전라(田螺), 토라(土螺)라고도 합니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고디’라고도 부르지요. 《동의보감》에서는 전라(田螺)라고 해서 “성질이 차고[寒] 맛이 달며[甘] 독이 없다. 열독을 풀고 갈증을 멈추며 간에 열이 있어서 눈에 피가 지고 부으며 아픈 것을 낫게 하고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하며 뱃속에 열이 몰린 것을 없앤다. 열을 내리고 술에 취한 것을 깨어나게 한다. 쌀 씻은 물에 담가서 진흙을 뺀 다음 삶아 먹는다.”라고 하여 간기능을 정상화시키는 효능이 뛰어남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칼슘도 매우 풍부해서 큰논우렁(생것)의 경우 우유의 10배인 가식부 100g 당 1003mg이나 들어있는데요, 비타민 D가 풍부한 표고버섯이나 목이버섯과 함께 먹으면 더욱 좋지요. 

연어(鰱魚)는 우리나라에서 예로부터 매우 귀한 대접을 받아왔는데요,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세종 7년 을사(1425,홍희 1)년에 "양녕 대군에게 연어(鰱魚)를 내려 주었다."라고 하였고, 세종 14년 임자(1432,선덕 7)년에 "사신의 접대와 진헌에 쓸 연어(鰱魚)를 잡는 등의 일로 인하여, 온 집안 식구가 모두 출역(出役)하게 되니..."라고 한 것을 보면 그 귀함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조 3년 을축(1625, 천계5)년에 "강원도가 동지용으로 각 전(殿)에 진상하는 미후도 정과(獼猴萄正果)가 항아리가 차지 않았고, 대왕대비전에 진상하는 연어 식혜(鰱魚食醯) 2두 내 5승이 흠축이 났으니, 매우 놀랍습니다."라는 기록을 보면 연어를 이용해 식혜를 만들어 먹은 것을 알 수 있고요, 인조 25년 정해(1647, 순치4)년에 "강원도에서 10월에 새로 난 것으로 양전(兩殿)과 세자궁에 진상한 생문어(生文魚), 생대구(生大口), 생연어(生鰱魚), 생치(生雉) 등의 물선(物膳)이 전부 색이 나빴으며 연어알젓(鰱魚卵醢)은 양을 늘리기 위해 물에 불리기까지 하여 빈 껍질만 남은 것이 많았습니다." 라고 한 것과,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의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 제26권 설부(說部)에 보면 '연어(鰱魚) : 동해에서 나는데 알젓이 좋다.'라고 설명한 부분을 보면 연어알로 젓갈을 담아 먹었슴도 알 수 있습니다.

연어에는 오메가-3 불포화 지방산인 EPA와 DHA가 많이 들어 있지요. 이들 성분은 혈액을 잘 흐르게 도와주고, 우울증을 예방하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합니다.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 전해지면 아기의 IQ도 올려주는 기특한 일도 하지요. 또한 연어에는 칼슘과 비타민 D가 풍부하여 약해진 산모들의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 줍니다.

서양에서도 예로부터 연어를 먹어왔는데요, 켈트족과 아일랜드 신화에서는 연어를 지혜wisdom와 존경venerability의 상징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일랜드 고대 이야기인 <The Boyhood Deeds of Fionn>에서는 지식의 연어Salmon of Knowledge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요, 이 이야기에서 누구든 연어를 먹기만 하면 연어가 지식의 힘powers of knowledge을 부여해줍니다. 오메가-3 지방산의 효능을 옛사람들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는 얘기지요.



영양 밸런스를 맞춰주고 오색의 조화를 위해 파프리카를 색깔별로 준비하고, 반죽에 필요한 카레가루와 전분을 섞어 놓습니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강력한 항산화 능력으로 유명한 강황이 주재료인 카레가루는 생선살의 비린내를 잡아주고 기본적인 간을 담당합니다. 



다 익은 츠미레를 찍어 먹을 산모용 특제 소스를 준비합니다. 재료로는 땅콩과 잣입니다. 둘 다 모유량을 늘려주는 최유제로 동서양 모두에서 예로부터 사용되어 왔습니다. 특히 잣은 산후변비의 특효약인 삼인죽(三仁粥)의 주재료인데요, 삼인죽에 대해 <동의보감> 에선 “변비를 치료한다. 늙은이나 허虛한 사람도 다 쓸 수 있다. 복숭아씨(桃仁), 잣(海松子) 각각 1홉, 이스라치씨(郁李仁) 4g. 위의 약들을 함께 잘 짓찧어 걸러 즙을 짠 다음 여기에 멥쌀가루를 조금 넣고 죽을 쑤어 빈속에 먹는다.”라고 하여, 기력이 부족한 노인분들이나 산모 같은 허약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변비에 아주 좋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땅콩과 잣에 이어 무화과도 같이 들어갑니다. 무화과는 예로부터 모유생산량을 늘리고 소화를 도와주며, 산후에 잘 생기는 치질에 특효약입니다. 게다가 단 맛에 익숙한 요즘 젊은 산모들의 입맛에 맛게 소스의 달달한 맛도 담당합니다. 무화과의 껍질에 풍부한 폴리페놀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며, 상당량의 칼슘과 함께 식이섬유도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식이섬유는 소화관을 통과하면서 수분을 흡수하고 배변을 쉽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고 혈당을 적절히 조절해 줍니다. 하지만 과잉의 섬유질 섭취는 칼슘의 흡수를 방해한다는 연구결과가 2009년 3월에 UT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의 연구진들이 2형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시험으로 토대로 발표된 바 있습니다. 식이섬유가 몸에 좋다는 사실엔 이의가 없지만 뼈를 약하게 해서는 곤란하겠지요. 그래서 나온 대안이 식이섬유와 칼슘이 모두 풍부한 식품을 먹으라고 제안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무화과입니다. 무화과 말고도, 우리가 예로부터 즐겨먹던 각종 나물, 해조류 등엔 풍부한 식이섬유와 우유보다 더 많은 양의 칼슘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이런 사실들을 이미 다 알고 계셨던 거지요. 단지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발표를 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 세 가지 주 재료와 함께 연겨자, 간장, 레몬즙, 참깨, 생수 조금 해서 믹서에 잘 갈아 줍니다. 맛나는 특제 소스가 완성되었군요.^^



믹서에 준비해 놓은 우렁살을 비롯한 여러가지 생선살, 생강, 마늘, 파프리카, 미림, 참깨, 참기름 약간 넣고 알갱이가 보일 정도로 살짝 갈아줍니다.  


 

믹서에 간 내용물과 카레가루와 전분을 이용해 완자를 한 입 크기로 동글동글 이쁘게 만들어 줍니다.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빚은 완자에 계란물을 입혀 후라이팬에 돌돌 굴려줍니다.



철분의 화수분인 무쇠전골냄비에 목이버섯과 참기름 반 스푼 넣고 살짝 볶은 후 멸치다시마 육수를 붓고 끓입니다. 취향에 따라, 기력이 약한 산모라면, 가쓰오부시를 듬뿍 더 넣어 끓이면 더욱 좋습니다. 육수가 끓어 오르면 준비해 놓은 완자를 넣고 한소끔 더 끓여 줍니다.



 

뜨끈뜨끈하고 맛나는 우렁살 쯔미레가 완성되었군요.^^ 아까 준비해 놓은 특제 소스에 완자를 찍어 드시면 츠미레 맛과 영양이 2배가 됩니다. 손이 좀 가긴 하지만,,,소중한 아내의 일생에 한두 번 밖에 없는 중요하디 중요한 산후조리를 위해서 이 정도 수고는 주위사람들이 해 주어야하지 않을까요?


cf) 사용장비 : Pentax K-5, Pentax 35mm limit macro, Metz 52 AF-1, 라이트룸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