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복초와 홍합초




요즘 찬바람이 선듯선듯하니... 조개들의 계절이 시작되었습니다. 해서 오늘은 산모들의 밑반찬으로 아주 좋은 생복초와 홍합초를 소개합니다. 물론 산모가 아니라도 좋지요. ^^ 이름이 좀 생소하지요? 예로부터 궁중의 잔치나 수랏상에 올랐던 아주 고급 음식입니다. 옛날엔 홍합이든 전복이든 간에 양식이 없이 다 자연산이었으니 해녀들이 물질을 해서 하나하나 캐 올렸으니 귀할 수 밖에 없었지요.



조선 중기의 문신 허균(許筠)의 시문집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서 “큰전복[大鰒魚]은 제주에서 나는 것이 가장 크다. 맛은 작은 것보다는 못하지만 중국 사람들이 매우 귀히 여긴다."라고 한 것처럼 전복은 중국과 일본에서도 생산되지만 우리나라 제주의 것을 제일로 쳐 왔습니다. 그만큼 귀하다보니 탐관오리들의 수탈로 인해 백성들의 삶이 매우 피폐했다고 합니다. <<조선왕조실록>> 세조 6년 경진(1460,천순 4) 12월29일(신축)에 보면 “중추원 사(中樞院使) 기건(奇虔)이 졸(卒)하였다. 일찍이 연안(延安) 군수가 되었는데, 군민(郡民)들이 붕어[鯽魚]를 바치는 것 때문에 그물질하여 잡기에 피곤해 하니 3년 동안 먹지 않고 또 술도 마시지 않았다. 부로들이 탄식하기를, '이제서야 우리 백성을 위하여 마시지 않은 것을 알겠다.'하였다. 또 제주(濟州)를 안무(安撫)하는데, 백성들이 전복[鰒魚]을 바치는 것을 괴롭게 여기니, 역시 3년 동안 전복을 먹지 않았다. 두어 도의 관찰사(觀察使)와 대사헌(大司憲)을 역임(歷任)하였는데, 이르는 곳마다 명성이 있었다."라고 하여 보기 드문 청렴한 한 관리의 행적을 칭송하고 있을 정도 입니다. 양식이 발달해서 많이 대중화  된 지금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얘기가 아닐 수 없지요. " 초炒라는 조리법에 대해 이성우 교수님께선 <한국요리문화사>에서 "조림과 비슷하면서 조림과 다른 또 하나의 요리법에 초炒가 있다. 이 초는 콩을 볶는다는 뜻의 초炒(건열초乾熱炒)와는 다른 습열초濕熱炒이다. 그러면 초炒(습열초濕熱炒)와 조림은 어떻게 다를까? 조자호趙慈鎬의 말에 의하면 "초炒란 조림과 같은 방법으로 요리하되 조림의 국물에 녹말가루를 풀어 넣어 익혀서 그것이 재료에 엉기도록 한 요리인데, 이것에는 전복초, 홍합초 등이 있다."는 것이다. 황혜성黃慧性은 <한국민속대관>에서 "초炒는 조림과 다르고 생복초生鰒炒, 홍합초紅蛤炒와 같이 싱겁고 달콤하게 졸여 국물이 거의 없어지게 하는 요리법이다."고 하였다."라고 하신 바 있습니다. 싱싱한 양식 홍합을 인터넷에서 택배로 구입했습니다. 아이스박스에 아이스팩 듬뿍 넣어서 산소충진 포장으로 왔더군요. 가격도 저렴하고요. 때깔도 좋지요?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 ^^ 예로부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조개와 아름다운 여성과는 관련이 매우 깊은데요, 서양의 대표미인인 '비너스'는 커다란 조개에서 태어났음을 보티첼리의 유명한 그림인 "비너스의 탄생"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의 <<수신기搜神記>>에 나오는 미녀인 백수소녀白水素女 역시 큰 조개 속에서 태어났고, 나중미부螺中美婦라 불리는 우리 한국 설화 속의 조개아씨, 고동아씨나 우렁각시 등도 조개류에서 태어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여성과 아주 관련이 깊은 조개 중에서도 제일 밀접한 그것이 바로 홍합니다. 오죽 관련이 깊으면 이시진의 <<본초강목>>에서는 홍합을 "동해부인"이라고 불렀는데요, 이는 동해에서 많이 나는 부인에게 아주 좋은 조개라는 뜻입니다. 홍합은 <<동의보감>>에서 담채淡菜라고 하여 "홍합을 섭조개라고도 한다. 성질이 따뜻하고[溫] 맛이 달며[甘]  독이 없다. 5장을 보하고 허리와 다리를 든든하게 하며 음경이 일어서게 하고 허손되어 여위는 것와 몸 푼 뒤에 피가 뭉쳐서 배가 아픈 것, 징가, 붕루, 대하 등을 치료한다. 바다에서 나는데 한쪽이 뾰족하고 가운데 잔털이 있다. 일명 각채殼菜 또는 동해부인東海夫人이라고 한다. 생김새는 아름답지 못하나 사람에게 매우 좋은데 삶아서 먹으면 좋다.아무 때나 잡아서 써도 좋다. 바다에서 나는 것은 다 맛이 짜지만 이것만은 맛이 슴슴하기 때문에 담채라고 한다. 민간에서는 홍합紅蛤이라고 한다."고 하여 그 효능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당신미唐愼微의 《증류본초證類本草》에도 보면 "홍합은 허로손虛勞損을 보하고 출산 후의 혈결血結과 복내냉통腹內冷痛을 다스리며 징가癥痂와 요통을 치료하고 모발을 윤택하게 하며 붕중대하를 치료한다. 불에 익혀 배부르도록 한 번에 먹는다."라고 하여 몸과 마음이 허약하고 피로한 증상인 허로손을 치료하고 배를 따뜻하게 만들어 주며 종양과 요통을 치료하며 모발을 윤택하게 하고 부정기 출혈이나 냉대하 등 부인질환에 매우 뛰어난 효과가 있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1460년에 세조의 명에 의해 어의 전순의全循義가 쓴 우리나라 최초의 식이서인 《식료찬요食療纂要》에서도 이러한 홍합의 효능에 전적으로 동의하여 각종 부인과 질환에는 거의 빠뜨리지 않고 홍합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홍합에는 비타민A를 비롯해 타우린과 철분이 풍부합니다. 홍합에는 암수가 있는데요, 살의 색을 보고 구분합니다. 암컷은 적황색(붉은색)을 띠고  수컷은 유백색(흰색)을 띠고 있습니다. 보통 암컷이 더 맛이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객관적인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사이트에서 꼬마전복도 샀습니다. 하나씩 먹기 편하고 가격도 매우 저렴해서 꼬마로 샀네요. 역시 아이스팩 듬뿍에 산소충진으로 다 살아서 왔습니다. 지들끼리 들러 붙어서 잘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환자의 기력을 보해주는 보양식의 대명사인 전복은 조개류 가운데 가장 맛이 좋고 귀해서 '조개류의 황제' 로 불리지요. 예로부터 귀하디 귀하게 대접받아 왔는데요. <<조선왕조실록>> 문종 2년 임신(1452, 경태 3) 5월14일(병오)에 보면 "시선(侍膳)하고 문안(問安)하기를 날로 더욱 신중히 하여, 세종(世宗)께서 일찍이 몸이 편하지 못하므로 임금이 친히 복어(鰒魚=全鰒)를 베어서 올리니 세종이 맛보게 되었으므로 임금이 기뻐하여 눈물을 흘리기까지 하였다."라고 하여, 세자 시절의 문종이 오랜 소갈증(당뇨병)에 시달려 몸의 진액이 부족해진 세종을 위해 직접 진액 보충의 효능이 뛰어난 전복(全鰒)을 잘라서 드시게 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전복은 소갈 뿐만 아니라 과다한 열로 인해 진액이 부족해진 상태인 아토피 피부염에도 도움을 줍니다. <<동의보감>>에선 석결명(石決明)이라 하여 "성질이 서늘하고 맛이 짜며 독이 없다. 먹으면 눈이 밝아진다." 라고 하였고, <<본초강목>>에서는 "석결명은 구공라九孔螺라고도 하고 천리광千里光이라고도 한다. 석결명과 천리광은 그 효능을 보고 붙인 이름이고, 구공라는 그 형태를 보고 붙인 이름이다."라고 하여, 몸을 보하는데 있어 특히 시력회복에도 큰 효과가 있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평소 시력이 약하고 피부질환이 있는 산모가 섭취하면 제일 좋겠지요?



홍합과 전복을 삶아서 살을 발라 냅니다. 홍합은 알맹이 뺀 후 그대로 쓰면 되고요, 전복은 그래도 홍합보다는 크기가 있으니,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칼집을 이뿌게 넣어줍니다. 간도 잘 배이게요. 삶고 남은 육수는 버리지 않고 조리할 때 같이 사용합니다.



아까 남은 육수에 간장, 통후추, 미림을 섞고, 마늘과 생강을 편으로 썰어 넣고 끓입니다.



단 맛과 윤기를 위해 유기농 조청을 넣어줍니다.



까 놓은 홍합살과 전복살을 같이 넣고 자작하게 졸입니다. 중간중간에 양념장을 자구 끼얹어 주면 양념이 골고루 잘 배이겠지요? 다 졸여지면 화룡점정으로 참기름을 약간 넣어줍니다^^

 


드디어 완성이 됐습니다. 이쁘게 잘 담으려 했는데... 재주가 메주네요. ㅠ.ㅠ 고명으로 실고추가 냉동실에 마침 있어서 살짝 올려 봤습니다. 잣을 올리면 더욱 좋습니다.



한동안 저와 저희 직원들 점심 밑반찬이 되어 주겠네요. 산모들은 짜게 먹으면 안되니 간장을 조금 줄이면 좋겠습니다. ^^ 또 뵈어요~~~


cf) 사용장비 : Pentax K-5, Pentax 35mm limit macro, Metz 52 AF-1, 라이트룸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