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안심 돈지루




돈지루とんじる[豚汁]란 돼지고기를 잘게 썰어 채소와 함께 넣어서 끓인 장국입니다. 고바야시 카오루(小林薫)가 주인공 마스타 역으로 나오는 유명한 일본드라마 <심야식당>에서 자주 보셨을 겁니다. 매회 시작할 때 마스타가 돈지루 만드는 장면이 나오지요.

날마다 먹는 미역국에 질린 산모들에게 어울리는 좋은 음식입니다. 만들기도 쉽고요.^^ 



재료 : 닭안심(400g), 곤약, 우엉, 감자,당근, 표고버섯, 청경채, 미소된장, 가츠오부시 육수, 다진 마늘, 다진 생강, 후추, 들기름

재료들을 깨끗히 손질해 준비해 둡니다. 우엉은 껍질을 제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깨끗이 씻어 촛물에 담가 놓고, 곤약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주고,나머지 재료는 한 입 크기로 썰어둡니다.


돈지루의 "돈"은 돼지고기를 말하는데요, 산후에 돼지고기가 약한 산모들의 소화기에 부담을 주므로 산후회복에 도움을 주는 닭고기(안심)를 사용합니다. 대만에 “아기 잘 낳으면 닭 냄새, 술 냄새요, 아기 잘못 낳으면 관이 기다린다.”는 속담이 있는데요, “닭 냄새”는 한족漢族 산모들의 “미역국”격인, 참기름에 닭을 볶은 후 물을 부어 끓이는 저 유명한 “마유계麻油鷄”라고 부르는 “참기름닭국” 냄새를 말하고, 술 냄새는 산후에 필수로 복용하는 한약인 “생화탕生化湯”을 달일 때 첨가되는 청주 냄새를 뜻할 정도로, 중국 사람들은 산후에 닭고기를 필수로 여겨 왔습니다. 홍합 다음으로 산후 미역국에 잘 어울리는 부재료가 닭(혹은 꿩)이기도 하지요. 조선시대에도 궁중에서 비빈들이 출산을 하고 나면 꿩으로 국을 끓여 올렸는데요,  <호산청일기>에서 영조의 생모인 최숙원에게“생치生雉”를 올렸다(여기서의“생치”는, <시의전서>에서도 보이는, 닭을 넣어 끓인 탕보단 훨씬 고급인 “생치국”이나, <일성록日省錄>에 보이는 "생치탕"의 형태일 것으로 추측됨)고 한 것이 그 것입니다.

 

곤약은 대표적인 제로 칼로리 식품으로, 곤약(菎蒻) 또는 구약(蒟蒻)으로 불리는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의 땅속줄기를 가루 내어 가공해 만든 것입니다. 곤약의 주성분인,  글루코즈glucose와 만노오즈mannose가 축합하여 형성된 다당류의 일종인 글루코만난glucomannan이 장을 깨끗이 청소해줘 변비를 예방하므로 산후비만을 예방하는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우엉은 《동의보감》에서 “악실근경(惡實根莖, 우엉뿌리와 줄기)은 상한이나 중풍으로 얼굴이 부은 것과 소갈(消渴)과 중열(中熱)을 낫게 한다.”라고 한 것처럼 피를 맑게 하고, 열을 내리고, 독기를 배출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한 편, 제 2차 세계 대전 중에 미국인 포로 식사로 우엉을 준 일본군 포로수용소의 책임자가 종전 후 전범 재판에서 포로에게 "나무뿌리"를 먹여 학대했다는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아삭한 질감과 특유의 향을 가진 우엉은 서양인들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입니다. 우리나라나 일본인들 입에는 아주 잘 맞는데 말이지요.

우엉에는 난용성 섬유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대변의 양을 늘려주고 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서 변비로 고생하는 산모분들께도 참 좋습니다. 이눌린, 아르기닌 등 성분이 신진대사를 도와 노폐물을 제거해서 피를 맑게 하며 열을 내리는 작용을 합니다. 또 신장의 기능을 도와서 소변을 잘 나가게 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몸이 잘 붓는 경우에도 도움이 되며 조리시 껍질을 까지 말고 사용하면 더욱 좋습니다.


표고버섯은《동의보감》에서 “마고(蘑菰, 표고버섯)는 성질이 평(平)하고 맛이 달며[甘] 독이 없다. 정신이 좋아지게 하고 음식을 잘 먹게 하며 구토와 설사를 멎게 한다. 아주 향기롭고 맛이 있다.”라고 하여 표고버섯의 효능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소화기를 도와주니 젖양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됨을 알 수 있지요.

 

시원한 국물 맛과 소화를 도와주는 무는 여러가지 이름이 있습니다. 제갈량이 원정을 가는 곳마다 무를 심어 군량으로 삼았기에 제갈채(諸葛菜')라고도 부르며, 《후한서․유분자전》에 장안에 유분자(劉盆子)를 왕으로 받든 대규모 농민반란군이 쳐들어와 궁을 둘러싸고 있을 때 궁녀 1000명이 무를 먹으면서 끝까지 저항해 수절채(守節菜)라 불렸다고도 합니다. 속살을 예쁘게 한다하여 아기씨들이 숨어서 잘 먹었다 해서 미용채(美容菜)라고도 했고, 아들 낳길 원하는 여자들이 두 갈래진 무를 야밤에 몰래 먹어서 다산채(多産菜)이기도 했다 합니다.

무는 활용도만큼이나 많은 영양소와 효능을 가진 식품인데요, 예부터 무를 많이 먹으면 속병이 없다고 할 정도로 위장에 좋은 식품입니다.

한의학에선 무를 내복(萊菔)이라고 부르는데요, 《동의보감》에선 “내복(萊菔)은 성질이 따뜻하고[溫](차다[冷]고도 하고 평(平)하다고도 한다) 맛이 매우면서 달고[辛甘] 독이 없다. 음식을 소화시키고 담벽(痰癖)을 헤치며 소갈을 멎게 하고 뼈마디를 잘 놀릴 수 있게 한다. 오장에 있는 나쁜 기운을 씻어 내고 폐위(肺痿)로 피를 토하는 것과 허로로 여윈 것, 기침하는 것을 치료한다. 밀가루와 보릿가루의 독을 제어할 수 있다.”라 하여 무가 소화를 돕고 해독을 한다 하였지요. 소화력이 바닥인 산모들에게 잘 어울리는 조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닭고기는 미소된장 조금(1티스푼), 후추 약간, 다진 마늘, 생강, 들기름에 밑간하여 먼저 볶아줍니다.



고기 표면이 익고나면 무, 당근, 우엉 순으로 볶다가, 무가 투명해질때 쯤 육수를 부어줍니다.



단단한 재료들이 잘 익도록 한소끔 잘 끓여줍니다.



어느 정도 단단한 재료들이 익으면 곤약, 표고버섯, 청경채를 넣고 살짝 끓여줍니다.



마지막에 미소된장 3 큰술을 체에 걸러 넣고 한 번 더 끓여줍니다.

 

 

따끈하고 구수한 닭안심 돈지루가 완성되었네요. 흔히 먹는 카레라이스 만드는 법과 거의 비슷해 조리시간도 짧고 방법도 참 쉽습니다.

게다가 청경채가 "청(靑)"을, 당근이 "적(赤)"을, 미소된장이 "황(黃)"을, 곤약이 "백(白)"을, 표고가 "흑(黑)"을 담당해 오색(五色)을 두루 갖춘 완벽한 오방색 요리이니 다른 설명이 필요 없겠지요?

 

cf) 사용장비 : Pentax K-5, Pentax 35mm limit macro, Metz 52 AF-1, 라이트룸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