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드시던 홍합미역국



오늘은 산모들의 영원한 친구 홍합과 명성황후께서 드시던 홍합미역국의 원형을 그대로 재현해 보겠습니다.


조선후기 왕실의 출산문화에 대한 기록 중, 명성황후의 순종 출산(1874년 2월 8일) 직후 기록인 <갑술이월삼칠일갱반소용발기>는 출산 후 삼칠일까지 산모의 식단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그 내용을 보면 ‘경미 일 석, 분곽 삼십 동, 미하 일 두, 강고도리 삼십 개(약방), 홍합 일 두, 중미 일 석, 백미 일 석, 소목 일백 단, 축목감 십 속, 탄 오 석, 진유 일 두, 법유 일 두’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 중 분곽(粉藿)은 최상품 자연산 미역을, 홍합은 ‘당연히도’ 자연산 홍합을, 강고도리는 가츠오부시를, 미하(米蝦)는 말린 쌀새우를, 진유(眞油)는 참기름을, 법유(法油)는 들기름을 뜻합니다. 나머지 항목들은 쌀과 땔감들이고요. 이를 통해 조선후기 왕실에서 산모에게 가츠오부시가 첨가된 홍합미역국(혹은 새우미역국)이 삼칠일까지 지속적으로 제공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엊그제 강릉에 계신 이덕순 해녀께서 갓 작업한 '자연산 홍합'을 보내주셨네요. 원래 홍합은 당연히 자연산이었지요. 몇십 년 전부터 (홍합이 아닌) 진주담치를 양식한 이래 '홍합'이란 이름은 그 소유권을 외래종인 진주담치에 넘겨주고 자신은 앞에 '자연산'이란 수식어를 달아야만 자신을 특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것이지요.


'Potato'라는 단어는 원래 고구마를 뜻했었는데, 후에 감자가 유럽에 소개된 이후 감자에게 'potato'라는 이름을 빼앗기고 자신은 'sweet potato'가 되어버렸습니다. 무슨 창씨개명도 아니고.... 닭갈비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소갈비 먹을 때 보통 숯불 위에다 석쇠를 놓고 구워 먹습니다. 돼지갈비 또한 같은 방법으로 굽는 게 정석이지요. 그런데 왜 보통 닭갈비라고 하면 이런저런 야채와 함께 둥그런 철판에 볶아 먹는 걸 의미할까요? 원래 닭갈비는 소갈비나 돼지갈비처럼 숯불에 석쇠 걸쳐 놓고 구워먹는 형태였습니다. 아래의 기사를 참고하시지요.


춘천하면 역시 춘천 닭갈비! 전국 팔도 어딜 가나 만날 수 있는 닭갈비를 굳이 춘천에서 먹어야 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원조의 깊고 진한 맛은 쉽게 흉내 내지 못하는 법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이 중에서도 불에 달군 맥반석 위에 구워 먹는 숯불닭갈비는 원조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보는 대부분의 닭갈비집은 뜨겁게 달군 팬에 양배추, 고구마, 당근, 깻잎 등을 함께 볶아 준다. 하지만 춘천닭갈비의 시작은 돼지갈비처럼 무쇠 판에 구워 먹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1960년대 초 춘천의 한 음식점에서 돼지고기를 팔던 주인이 어느 날 돼지고기를 구하지 못해 닭을 돼지갈비처럼 손질해서 팔기 시작한 것이 시초라는 것. 저렴하고 담백한 맛 덕분에 술안주로 인기를 끌어 1960년 대 말 무렵에는 닭갈비 포장마차가 춘천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지금도 춘천에 가면 숯불닭갈비를 하는 집들이 있다. 기름이 쏙 빠지면서 부드러운 맛이 감칠맛을 낸다. 팬에 채소와 볶아먹는 닭갈비와 다른 이색적인 맛이다. 맥반석 숯불갈비로 유명한 쌈쌈닭갈비(033-241-2003), 참숯에 굽는 원조 숯불닭불고기집 (033-257-5326)이 맛있다.


Ref) http://news.dongascience.com/HTML/News/2010/02/01/20100201200000113478/201002012000001134780121040000.html

그렇습니다. 닭갈비 또한 '닭고기가 들어간 이런저런 재료들 철판볶음'에 그 이름을 빼앗기고 요즘엔 앞에 '숯불'이란 수식어를 달고 '숯불 닭갈비'로 불리고 있지요.



세 살 정도 먹은 우리바다에서 자란 우리의 전통 오리지날 홍합입니다. 덩치와 풍채가 대단하지요?


예로부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조개와 아름다운 여성과는 관련이 매우 깊은데요, 서양의 대표미인인 '비너스'는 커다란 조개에서 태어났음을 보티첼리의 유명한 그림인 '비너스의 탄생'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의《수신기(搜神記)》에 나오는 미녀인 백수소녀(白水素女) 역시 큰 조개 속에서 태어났고, 나중미부(螺中美婦)라 불리는 우리 한국 설화 속의 조개아씨, 고동아씨나 우렁각시 등도 조개류에서 태어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여성과 아주 관련이 깊은 조개 중에서도 제일 밀접한 그것이 바로 홍합입니다. 오죽 관련이 깊으면 이시진의 《본초강목》에서는 홍합을 "동해부인"이라고 불렀는데요, 이는 동해에서 많이 나는 부인에게 아주 좋은 조개라는 뜻입니다.


홍합은 《동의보감》에서 담채(淡菜)라고 하여 "홍합을 섭조개라고도 한다. 성질이 따뜻하고[溫] 맛이 달며[甘]독이 없다. 5장을 보하고 허리와 다리를 든든하게 하며 음경이 일어서게 하고 허손되어 여위는 것과 몸 푼 뒤에 피가 뭉쳐서 배가 아픈 것, 징가, 붕루, 대하 등을 치료한다. 바다에서 나는데 한쪽이 뾰족하고 가운데 잔털이 있다. 일명 각채(殼菜) 또는 동해부인(東海夫人)이라고 한다. 생김새는 아름답지 못하나 사람에게 매우 좋은데 삶아서 먹으면 좋다. 아무때나 잡아서 써도 좋다. 바다에서 나는 것은 다 맛이 짜지만 이것만은 맛이 슴슴하기 때문에 담체라고 한다. 민간에서는 홍합(紅蛤)이라고 한다."고 하여 그 효능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당신미(唐愼微)의 《증류본초(證類本草)》에도 보면 “ 홍합은 허로손(虛勞損)을 보하고 출산 후의 혈결(血結)과 복내냉통(腹內冷痛)을 다스리며 징가(癥痂)와 요통을 치료하고 모발을 윤택하게 하며 붕중대하를 치료한다. 불에 익혀 배부르도록 한 번에 먹는다."라고 하여 몸과 마음이 허약하고 피로한 증상인 허로손을 치료하고 배를 따뜻하게 만들어 주며 종양과 요통을 치료하며 모발을 윤택하게 하고 부정기 출혈이나 냉대하 등 부인질환에 매우 뛰어난 효과가 있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1460년에 세조의 명에 의해 어의 전순의(全循義)가 쓴 우리나라 최초의 식이서인 《식료찬요(食療纂要)》에서도 이러한 홍합의 효능에 전적으로 동의하여 각종 부인과 질환엔 거의 빠뜨리지 않고 홍합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홍합에는 암수가 있는데요, 살의 색을 보고 구분합니다. 암컷은 적황색(붉은색)울 띠고 수컷은 유백색(흰색)을 띠고 있습니다. 보통 암컷이 더 맛이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객관적인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크기가 상당하지요? 강릉에선 이 정도 크기의 홍합은 중학생 정도밖에 안된다네요.@.@



껍질도 진주담치완 비교할 수 없을만큼 두껍습니다. 살아 있는 상태에서 살을 빼기 위해 껍질을 벌려 보려 했으나 제 힘으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칼을 넣어 벌릴려고 했는데도 실패했습니다. 힘이 어마어마합니다.@.@



생물일 때 직화로 구워먹는 호사를 누려보려 한 번 구워봅니다. 원래 야외에서 숯불 위에 구워야하는데,,,굽고 나서 신실장에게 혼 났습니다. 가스레인지 청소하느라 땀 뺐다며...



지글지글하는 소리 들리시지요?



익는 모습이 잘 보이도록 어느 정도 익었을 때 한 쪽 껍질을 제거하고 굽습니다. 맛은 뭐....여러 분들 상상에 맡깁니다.


간혹 드시다보면 딱딱한 돌 같은 게 씹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버리지 마시고 잘 보관하세요. 진주(pearl, 眞珠)랍니다.^^



명성황후께서 출산 후 드시던 그 홍합미역국을 그대로 재현해 봅니다. 먼저 강릉 안인진에서 이덕순 해녀께서 올 봄에 작업하신 미역을 불립니다.



자연산 홍합 껍질을 솔로 박박 문질러 잡질을 제거하고 철분의 화수분인, 궁 내 소주방에서 사용했던 무쇠솥에 앉힙니다.



물을 붓고 끓입니다.



설설~~ 잘 끓네요.^^



끓인 후 면보에 걸러줍니다. 자연상태에서 오래 자라다 보니, 삶기 전 박박 잘 문질러 씻어도 잡질이 꽤나 많이 나오므로 육수를 걸러주는 것이 좋습니다.



살이 잘 익었네요. 육수는 채에 거르고, 살은 발라 놓습니다.



무쇠솥에 들기름 넉넉히 두르고, 다진 마늘과 생강 약간 넣고 향이 날 때쯤 불려 놓은 미역을 넣고 다글다글 볶아줍니다. 미역에 포함된 자궁수축 물질들이 거의 다 지용성(oil-soluble)이라 들기름에 잘 볶아주면 흡수율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들기름에 들어 있는 고농도의 오메가-3 지방산은 덤입니다.



볶다가 미역 안에 풍부히 포함된 진득한 알긴산(alginate)들이 줄줄~ 흘러나올 때쯤 면보에 걸러 놓은 홍합육수를 붓고 끓입니다.



잘 끓고 있네요.^^



충분이 끓인 다음 발라 놓았던 홍합살을 마지막에 넣고, 조선간장으로 짜지 않게 살짝 간하고 한소끔만 끓여줍니다. 홍합살은 오래 끓이면 질겨지니까요.



드디어 명성황후께서 드시던 홍합미역국이 완성되었네요. 가츠오부시 육수를 첨가해도 좋습니다.


홍합미역국 많이들 드시고 날씬하고 건강한 몸매 하루빨리 되찾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P.S. 자연산 미역과 자연산 홍합은 주로 동해안 전 지역 각 어촌계에서 어렵지 않게, 그리 비싸지 않게 구할 수 있습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아 생산량이 많지 않은 것이지, 수요가 늘어나면 작업하는 분들도 많아져 생산량도 늘어납니다. 요즘 같은 출산율의 우리나라 산모들 산후조리용으로는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정도의 물량은 된다고 봅니다.


cf) 사용장비 : Pentax K-5II, Pentax 35mm limit macro, Metz 52 AF-1, 라이트룸 5.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