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어돈부리



오늘은 칼슘의 제왕 뱅어를 주재료로 한 뱅어돈부리를 만들어 봅니다. 


칼슘은 우리나라 국민에게 가장 부족한 심각한 영양소입니다국민영양조사표에 따르면 항상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는 거의 유일한 성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특히 산모들의 경우 칼슘부족이 제일 심합니다.  여성의 신체는 임신을 유지하고 출산을 돕기 위해 여러 변화가 일어나는데요특히 임신 5개월 이후부터는 출산을 돕기 위해 골반관절과 인대를 느슨하게 하는 릴랙신Relaxin이라고 하는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이름 그대로 릴랙스~하게 만들어주는 호르몬이지요. 이 릴랙신이 자궁경부를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골반관절이 낭창낭창하게 잘 움직이게 만들어주어 분만시 태아가 부드럽게 잘 나올 수 있도록 해주지요


한편, 세상사 양(陽)이 있으면 음(陰)이 있는 법, 이 릴랙신은 뼈도 약하게 만드는데요최근 이탈리아 파도바대학(University of Padua)의 연구진은 릴랙신이 뼈의 파괴를 가속시킨다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아이 하나가 엄마 치아 하나라는 우리 옛말이 있는데요가뜩이나 임신 중에 뼈나 치아에서 칼슘이 많이 빠져 나간 판에젖 먹이는 동안 음식으로부터 칼슘의 섭취가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 아이에게 충분한 칼슘을 공급해야 하는 모체는 칼슘의 저장고인 뼈나 치아에서 칼슘을 녹여내어서 모유를 통해 아이에게 칼슘을 공급하게 되니, “아이 하나가 엄마 치아 하나라는 말이 딱 맞습니다우리 조상님들은 이러한 임신출산과 산모의 뼈(치아)건강에 대한 관계를 이탈리아 파도바대학 연구진들보다 수천 년 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단지 외국의학잡지에 투고를 안했을 따름이지요.



<홍길동전>의 저자이자 조선 최고의 미식가였던 허균은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뱅어(白魚)에 대해 “얼음이 언 때 한강에서 잡은 것이 가장 좋다. 임한(林韓), 임피(臨陂) 지방에서는 1-2월에 잡는데 국수처럼 희고 가늘어 맛이 매우 좋다."고 뱅어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자으로 백어, 우리말로는 뱅어지요. 뱅어는 흰색에 투명하며 해안 가까운 호수나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서 사는 민물고기입니다.


흔히 반찬으로 먹는 뱅어포의 주산지가 충청도 당진 근처 바닷가 쪽인데, 민물고기라니 좀 이상하지요? 그렇습니다. 뱅어포 만드는데 쓰이는 뱅어는 사실 뱅어가 아니라 실치입니다. 실치는 바다의 미꾸라지로 불리는 베도라치, 그 중에서 서해에 많은 흰베도라치 새끼이지요. 베도라치는 우리나라에선 좀 낮설지만, 일본...특히 도쿄에서는 튀김요리로 아주 인기가 높지요.


실치는 멸치와 함께 칼슘의 왕이라 할 만합니다. 또한 실치도 등푸른 생선의 일종이어서 오메가-3 지방산을 함유하고 있고, 철분도 많이 들어 있어 빈혈을 예방해주기도 합니다.



자세히 한 번 볼까요? 미꾸라지처럼 생겼나요?



뱅어...정확히 말하면 실치 치어(稚魚)와 비슷하게 생긴 까나리 치어입니다. 실치 치어에 비해 주둥이가 길쭉하고 몸 색이 더 노랗지요? 지난 주 강릉에 갔을 때 이덕순 해녀께서 소개해주신 녀셕들입니다. 기름(오메가-3)이 듬뿍 올라있어 뱅어보다 아주 고소하고 맛이 매우 뛰어납니다. 까나리하면 액젓이 먼저 떠오르는데요, 강릉 쪽에선 이렇게 까나리 치어를 잡아 말려 멸치 대용으로 많이 드신다고 하네요. 구하실 수 있으면 뱅어나 실치 대신 까나리 치어 사용을 강력 추천합니다.^^



재료 : 뱅어 2줌, 유부 4장, 무 1덩어리, 목이버섯 반 줌, 가츠오부시 반 줌, 무순 약간, 간장 스푼 ,밥 한 공기.



찜기에 면보를 깔고 뱅어를 널찍하게 살살  펴서 5분정도 부드럽게 쪄줍니다. 산모들의 연약한 치아와 잇몸을 걱정해서입니다.



유부의 고소함을 더해주고 질감을 더 강조하기 위해, 달궈진 석쇠에 유부를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주고, 뜨거울 때 얇게 썰어서 찐 뱅어와 함께 섞어 놓습니다.



팬에 젖양 늘려주는 견과유를 두르고, 물에 불려 놓은 목이버섯을 먼저 살짝 볶아줍니다.


목이버섯은 뱅어나 까나리에 포함된 풍부한 칼슘을 장에서 잘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비타민 D를 풍부하게 머금고 있습니다. 흔히 비타민 D가 풍부하다고 알려진 말린 표고버섯이 100g17㎍정도를 함유하고 있는데목이버섯은 무려 100g440㎍이나 되는 비타민 D를 함유하고 있어서 흔히 비타민 D의 왕이라고 불릴 정도입니다.


《동의보감》에선 목이버섯에 대해 성질이 차고[](()하다고도 한다맛이 달며[독이 없다. 오장(五臟)을 좋아지게 하고 장위에 독기가 몰린 것을 헤치며 혈열을 내리고 이질과 하혈하는 것을 멎게 하며 기를 보하고 몸이 가벼워지게 한다.”라고 했는데요, 기를 보하고 몸이 가벼워지게 하는 효능까지 있으니 산모들에게 아주 좋은 식재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산모들의 기력을 올려주고 음식의 맛과 향을 더해주는 가츠오부시도 넣어주고...



마지막으로 진간장 1스푼 넣고, 다시 한 번 같이 달달 볶아줍니다. 



무를 강판에 갈아 간장 1스푼 넣고 따로 준비해 둡니다.


처녀에는 총각무우 / 입맞췄나 쪽무우 / 부끄럽다 홍당무우 / 여덟아홉 열무우 / 방귀뀌어 뽕밭무우 / 물어봤자 왜무우 / 이쪽저쪽 양다리무 / 첫날신방 단무우 / 처녀팔뚝 미끈무우 / 거짓없는 순무우 / 오자마자 가래무우 / 이화춘풍 봄무우 / 단군기자 조선무우 / 정이들라 뻐드렁무우 / 군량대던 제갈채무우 / 추풍낙엽 얼간이무우 / 크나마나 땅따리무우 / 미끈하다 장다리무우....라고 하는 타령이 있을 정도로 무는 우리의 식생활과 아주 밀접했습니다.


제갈량이 원정을 가는 곳마다 무를 심어 군량으로 삼았기에 제갈채諸葛菜'라고도 부르며《후한서․유분자전》에 장안에 유분자(劉盆子)를 왕으로 받든 대규모 농민반란군이 쳐들어와 궁을 둘러싸고 있을 때 궁녀 1000명이 무를 먹으면서 끝까지 저항해 수절채守節菜라 불렸다고도 합니다속살을 예쁘게 한다하여 아기씨들이 숨어서 잘 먹었다 해서 미용채美容菜라고도 했고아들 낳길 원하는 여자들이 두 갈래진 무를 야밤에 몰래 먹어서 다산채多産菜이기도 했다 합니다.


무는 활용도만큼이나 많은 영양소와 효능을 가진 식품인데요, 예부터 무를 많이 먹으면 속병이 없다고 할 정도로 위장에 좋은 식품입니다.


《동의보감》에선 “내복(萊菔)은 성질이 따뜻하고[溫] 맛이 매우면서 달고[辛甘] 독이 없다. 음식을 소화시키고 담벽(痰癖)을 헤치며 소갈을 멎게 하고 뼈마디를 잘 놀릴 수 있게 한다. 오장에 있는 나쁜 기운을 씻어 내고 폐위(肺痿)로 피를 토하는 것과 허로로 여윈 것, 기침하는 것을 치료한다. 밀가루와 보릿가루의 독을 제어할 수 있다.”라 하여 무가 소화를 돕고 해독을 한다 하였고, 《본초강목》에서는 滿口爛瘡, 湯火傷灼, 花火傷肌 같은 피부질환이나 화상에도 무가 효험이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평소 소화가 잘 안되는 산모들은 무나 무순 그리고 시래기 많이 드시면 좋겠습니다.^^



그릇에 따뜻한 밥을 담고, 섞어 놓은 찐 뱅어와 살짝 구운 유부를 듬뿍 올리고, 양념된 목이버섯, 가츠오부시 얹은 다음 갈아 놓은 무와 무순도 고명으로 올려 맛있게 먹습니다. ^^


cf) 사용장비 : Pentax K-5II, Pentax 35mm limit macro, Metz 52 AF-1, 라이트룸 5.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