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씨톳죽








오늘은 젖이 부족한 산모들을 위한 상추씨톳죽을 만들어 봅니다.



재료 : 불린 현미찹쌀 1컵, 톳가루 2스푼, 상추씨 3g, 잣 & 땅콩 반 줌, 다진 생강 & 마늘 약간, 가츠오부시 육수 8컵, 자염 약간.




밤하늘의 은하수와 상추는 아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영어권에서 은하수를 뜻하는‘Galaxy’의 어원을 살펴보면, 그리스어로 “젖”을 뜻하는 ‘Γαλαξίας’에서 유래된 라틴어 ‘Via Lactea’에서 변형된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상추를 서양에서 “lettuce”라고 하고, 학명이 “Lactuca”로 시작하는데, 어원이 Galaxy와 동일한 “lac”라는 점입니다. 유당乳糖을 lactose, 유당분해효소를 lactase, 젖생산을 galactogenesis, 최유제催乳劑를 galactogogue라고 하는데 이런 단어들 역시 같은 뿌리에서 나왔지요. 서양에서 오래전부터 상추가 젖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은 잘 경험하기 어려운데, 제 초등학교 시절만 하더라도, 여름이면 할머니께서 텃밭에 심어 놓으신 상추를 따서 점심 반찬으로 상추겉절이를 자주 하셨는데, 상춧대에서 상추 잎을 딸 때 흘러나오던 쌉쌀한 맛의 하얀 젖빛깔이 나는 액체latex를 자주 본 기억이 납니다. 며칠 전 장보러 갔다가 야채코너에서 발견한 상추처럼 생기고 배추 질감이 나는 “로메인Romane lettuce”에서도 줄기에서 잎을 떼었을 때 떨어진 자리에서 흘러나오던 젖빛 액체를 볼 수 있었고, 그 맛 역시 옛날 우리 상추의 그것처럼 아주 쌉쌀했습니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이 액체에는 lactucarium이라고 하는 신경안정제 역할을 하는 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시험 때는 상추쌈 먹지 말아라~~~라는 얘기를 어릴 때 자주 들었는데요, 이는 서양도 마찬가지여서, 앵글로 색슨족들도 상추의 이러한 효능을 보고 상추를 다른 말로 "sleepwort"라고 불렀다고 하는군요. 상추는 식물학적으로 1종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하니 우리가 먹어왔던 상추도 먹으면 졸렸고, 서양 사람들이 먹어왔던 lettuce도 먹으면 졸렸을 것입니다.

모유가 잘 나오지 않는 원인 중 가장 큰 것 중 하나가 산모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긴장 상태인데, 상추에 포함되어 있는 lactucarium이 약한 정도의 신경안정작용을 발휘해 산모의 긴장을 완화시켜 모유 생산량을 늘리는 효과를 가지는 건 아닐까? 하고 추측해 봅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상추씨입니다.


상추와 와거자(萵苣子)라고 부르는 상추씨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유생산량을 늘리는 아주 좋은 약재로 알려져 왔습니다. 《동의보감》에 “입효방(立效方)”이라는 처방이 나오는데요, “젖이 나오지 않는 것을 치료한다. 부루씨(萵苣子), 찹쌀(糯米) 각각 1홉을 보드랍게 갈아서 물 1사발에 넣고 잘 저은 다음 감초가루 1g을 넣고 달여 자주 먹으면 좋다.”라고 하였습니다.


2012년 북한에서 출판된 《민간료법과 건강》에 보면 젖이 잘 안 나올 때 사용하는 여러 가지, 자체적으로 상당히 검증된, 민간요법 처방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거의 남북한 통틀어 우리민족이 예전부터 즐겨 사용해오던 여러 가지 최유제들을, 완벽한 연구방법은 아니지만, 동물실험이 아닌 실제 임상에서 수유모들에게 직접 사용한 결과들을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한 결과물이라 매우 의미 있는 자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에 상추(부루)씨, 현미에 관한 부분이 있습니다.   


④ 부루씨, 참깨 : 부루씨 30g, 참깨 60g에 물 1L를 두고 천천히 달여 300ml 되게 한다. 이것을 한번에 150ml씩 하루 2번 먹고 땀을 내는 방법으로 3일 동안 쓴다.

림상검토자료 : 우의 방법으로 젖부족증 환자 18례를 치료한 결과, 훨씬 좋아졌다.

⑤ 보리, 현미 : 보리와 현미에 물을 많이 두고 달여 그 물을 먹으면 젖이 잘 나온다.


 

상추씨가 아주 작아 접사로 한 번 찍어 보았습니다. 위에 상대크기를 비교하기 위해 잣을 놓았습니다.



상추씨는 절구에 곱게 갈아 준비해 두고, 젖양을 늘려주는 견과류도 잘게 다져 준비해 둡니다.


  

철분의 화수분인 무쇠냄비에 견과유를 넉넉히 두르고, 생강, 마늘 향을 내주다가, 현미찹쌀, 변비 해결의 끝판왕인 톳가루 그리고 상추씨를 넣고  볶아줍니다. 현미가 투명해질 때 쯤, 산모들의 원기를 북돋아 주는 가츠오부시 육수를 조금씩 부어가며 끓이기 시작합니다. 


 

중간중간 육수를 부어주며 뭉근하게 끓입니다.



 현미가 어느 정도 퍼졌을때 쯤, 견과류를 넣고 다시한번 뭉근하게 5분정도 푹 끓여 자염 살짝만 간하고 불을 꺼줍니다.



그릇에 완성된 결과물을 담아, 식기 전에 호호 불어가며 맛있게 먹습니다.^^


cf) 사용장비 : Pentax K-5II, Pentax 35mm limit macro, Metz 52 AF-1, 라이트룸 5.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