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콩나물밥





오늘은 산후풍에 시달리면서, 젖 양도 늘지 않아 고민하는 산모들을 위한 여주콩나물밥을 만들어봅니다.


재료 : 여주 2 줌, 콩나물 2 줌, 쌀 2컵, 된장 2 큰술, 두부 1/3, 참치1/2, 표고버섯1개, 목이버섯 반줌, 양파 1/3, 당근 1/3, 부추 반 줌, 잣, 땅콩 반 줌, 조청, 들기름 1스푼씩.



건여주는 2시간 정도 물에 불려두고, 콩나물도 깨끗히 씻어 준비해 둡니다.



여주엔 비타민 C가 매우 풍부합니다. 대부분의 야채나 과일에 들어 있는 비타민 C는 열을 가하면 금방 대부분 파괴되는데 비해 여주는 열을 장시간 가해도 포함하고 있는 비타민 C의 90% 이상이 보존됩니다. 이에 대해 일본에서 많은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지요.


여성의 신체는 임신을 유지하고 출산을 돕기 위해 여러 변화가 일어나는데, 특히 임신 5개월 이후부터는 출산을 돕기 위해 골반관절과 인대를 느슨하게 하는 릴랙신이라고 하는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자궁경부를 부드럽게 만들어주어서 분만시 태아가 부드럽게 잘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조물주가 프로그래밍 해 놓은 것이지요. 이 릴랙신은 인체의 모든 관절을 연결해주는 인대들을 약하게 만드는데요, 인대를 구성하는 콜라겐 섬유를 가늘고 성글게 만들기 때문에 인대가 늘어나고 약해지는 것이지요. 세상의 모든 일에는 볕이 있으면 그늘이 있게 마련입니다. 태아가 밖으로 나오기에는 유리하지만 엄마에게는 매우 불리하지요. 모든 관절의 인대가 늘어나다보니 골반관절을 비롯한 척추 관절의 인대도 느슨해져 허리와 골반이 많이 아프게 됩니다. 임신 전 무릎 인대를 다친 산모들의 경우 임신을 하게 되면 증상이 더욱 심해지기도 하고요. 새 생명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희생하는 눈물겨운 어머니의 희생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임신 기간 동안 가늘어지고 성글어져 약해진 콜라겐 섬유들을 다시 임신 전 상태로 되돌리려면 산후에 부지런히 콜라겐을 생산해 내야 합니다. 콜라겐을 생산해 내려면 prolyl hydroxylase(PH), lysyl hydroxylase(LH) 같은 콜라겐 합성효소들이 부지런히 일을 해야하는데, 이 때 반드시 필요한 보조인자(cofactor)가 바로 비타민 C입니다. 그리므로 비타민 C가 부족해지면 우리몸의 결합조직의 대부분을 형성하는 콜라겐 합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괴혈병(scurvy)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비타민 C를 일반인들처럼 산모들이 과일이나 생야채를 통해 섭취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과일이나 생야채는 성질이 차서 산모의 소화력과 체온을 떨어뜨려 산후회복을 방해하고, 특히 비타민 C가 제일 많이 들어 있는 레몬 같은 감귤류는 젖 양을 크게 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산후회복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모유수유에 영향을 주지 않고 콜라겐 생산량을 늘려 하루속히 느슨해진 산모의 관절을 임신 전 상태로 정상화 시켜주는 데 가장 적합한 식재료가 여주라 하겠습니다.



콩을 길러 만든 콩나물은 겨울철의 귀중한 비타민 C와 엽산의 공급원인데요, 비타민 C는 콩에는 전혀 함유되어 있지 않으나 콩나물로 자라면서 약 16mg/100g 정도 자연 합성됩니다.


러일전쟁에서, 개전 초기의 절대적인 예상을 뒤엎고, 러시아 육군이 일본군에게 패한 원인 중 하나가 겨울철에 콩을 많이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콩나물을 만들어 먹을 줄을 몰라 비타민 C 부족으로 생긴 괴혈병입니다. 개전 초기 러시아가 차지하고 있던 만주에 위치한 뤼순(旅順; Arthur) 항구 요새는 일본 육군이 투입되어 철도와 도로가 완전히 봉쇄되고, 해로 역시 일본 해군에 의해 봉쇄당함으로 보급로가 차단된채 러시아 육군은 힘들게 저항할 수 밖에 없었는데, 설상가상으로 겨울이라 비타민 C의 공급원인 채소와 과일을 구경하기가 어려웠지요. 그렇다보니 병사들 하나둘씩 괴혈병에 시달리게 되고 전투력은 급격히 떨어져 끝내 일본에 패하고 맙니다.


괴혈병은 콜라겐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타민 C의 결핍에 의해 발생하는데요, 비타민 C는 우리 몸의 결합 조직을 구성하는 콜라겐의 합성에 필수적인 역할을합니다. 따라서 괴혈병이 생기면 인체 전체 결합 조직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에 출혈, 전신 권태감, 피로, 식욕부진 등이 나타나며 피부건조, 피하출혈이 나타나며, 병이 진행되면 특히 압력을 받는 잇몸, 근육, 골막 등이 약해집니다. 한마디로 병사들이 기운을 쓰지 못하고 바닥에 널부러지는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로스뚜노프의 <러일전쟁사>에 보면 "(10월의) 제 3차 돌격이 시작될 당시 수비대의 식량사정이 극도로 악화되었다. 육류가 완전히 소비되어 9월서부터 병사들에게 말고기가 지급되었지만 그조차도 일주일에 2회뿐이었는데, 식량준비를 위한 시기를 놓쳐버렸기 때문이었다."라고 하였고, 뤼순요새가 함략되기 직전에는 "조악한 급양으로 인해 병사들 중에서 티푸스, 괴혈병 및 야맹증 환자가 다수 발생했다."라고 하여 식량부족의 심각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고 나서 뤼순 항과 요새를 점령한 일본군들은 놀랬다고 합니다. 러시아군의 요새와 항구 창고에는 꽤 많은 양의 귀리, 보리, 콩이 있었고, 그 곡물들로 스프 같은 음식들을 만들어 먹으면서 버텼던 것입니다. 콩으로 만든 스프는 단백질 공급에는 충분했을지 몰라도 비타민 C를 공급해 줄 순 없엇던 것이지요. 그래서 일본의 노기 마레스케乃木希典 장군이 빠가야로(馬鹿野郎;ばかやろう)라고 했다는 얘기도 전합니다. 만일 러시아군들이 그 콩으로 콩나물을 재배해서 먹었다면 괴혈병으로 병사들이 드러누울 일은 없었을 것이고, 그로 인해 근대 역사도 많이 바뀌었을 것입니다.



나머지 된장소스 재료들은...



잘게 썰어두고, 젖 양을 늘려주는 잣과 땅콩도 잘게 부숴서 준비해둡니다.



쌀은 깨끗히 씻어 솥에 앉히고, 물량은 평소보다 적게 넣어 준비해 둡니다. 여주와 콩나물을 쌀 위에 골고루 돌려가며 앉히고 밥을 짓습니다.



맛나고 짜지 않은 된장 소소를 만들 차례입니다.^^


뚝배기에 된장, 조청, 들기름 넣고 볶아주다가, 참치, 잣, 땅콩 그리고 나머지 두부,야채들 넣고 잘 섞어줍니다. 뚜껑 닫고 약 2분간 약불에서 있다가, 재료들이 타지 않게 한 번씩 저어주고 불을 꺼줍니다.



널찍한 그릇에 따뜻한 여주 콩나물 밥을 담고, 고소한 된장소스에 듬뿍 올리고 비벼서 맛있게 먹습니다.^^


cf) 사용장비 : Pentax K-5II, Pentax 35mm limit macro, Metz 52 AF-1, 라이트룸 5.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