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계탕





  

오늘은 여름의 별미 초계탕(醋鷄湯)을 만들어봅니다.

땀을 많이 흘리고 모유 수유까지 하다 보면 산모는 갈증이 많이 납니다. 여름철에 산후조리를 하다보면 더욱 그러하지요. 하지만 갑갑하고 목이 마르다고 찬물이나 탄산음료, 주스, 아이스크림 등을 먹어서는 안 됩니다. 산모 본인 뿐 아니라 아기에게도 해를 줍니다. ≪태산구급방≫에 “산후에 날것과 찬 음식을 많이 먹으면 어린이가 토하고 설사하는 병과 한학(학질의 일종)을 앓는다.”라고 한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렇듯,,,더위에 지친 산모들의 기력을 올려주고 조금이나마 시원함을 선사해 줄 수 있는 좋은 음식 중 하나가 초계탕이라 오늘 소개해 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를 보면 “초계탕(醋鷄湯)은 1930년대 이석만의 『간편조선요리제법(簡便朝鮮料理製法)』, 방신영의 『조선요리제법』 등에 기록되어 있는데, 원래는 옛 궁중 연회에 올렸던 국으로 일반인에게는 근래에 전해졌다. 여름에 차갑게 먹는 음식의 한 가지로 닭고기를 뼈째로 토막을 내고 잘게 핀 쇠고기와 함께 간을 맞추어 끓여서 식힌 뒤 오이·석이(石耳)·표고 등의 볶은 것과 달걀로 고명을 만들어 얹고 초를 쳐서 먹는데 국물이 있는 냉국의 일종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일전에 경복궁 소주방에 취재 갔을 때 찍은 사진들 중 일부입니다.

제가 요즘 번역하고 있는, 고종 12년인 을해년(1875)에 쓰여진 <산실청총규(産室廳總規)>와 나이가 비슷한 궁중발기입니다. 발기는 한자로는 ‘발기(發記)’·‘발기(撥記)’ 등으로 씁니다. 발기는 주로 궁중에서 많이 쓰였던 것으로, 현재 남아 있는 것은 1819년(순조 19) 세자가례 때부터 국권상실 직후까지 약 100년간의 것들로, 현재 장서각(藏書閣)에 700여 점 정도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명성황후께서 순조를 출산 후 삼칠일 되는 날 올린 진어상임을 알 수 있네요.



우측 수저 옆에 보이는 음식이 초계탕입니다.



아래에서 두 번째 줄에 수정과와 함께 초계탕이 보입니다.

궁에서도 예로부터 산모의 삼칠일에 초계탕을 즐겨 올렸으니, 요즘의 산모들에게도 적극 권장할 만한 음식이라 하겠습니다. 단, 항상 하는 말이지만, 메인은 홍합미역국입니다.^^ 미역국 열심히 드시다가 중간에 한 번씩 드시기를 권장합니다.



재료 : 닭 1마리, 생강, 마늘 반 줌, 통후추 약간, 양파 1개, 월계수 2장, 적채 약간, 파프리카 빨강,노랑  1/2개, 새싹야채 약간, 계란 2개, 땅콩&잣 - 반 줌, 참깨 약간, 식초 + 겨자 + 메이플시럽 각 1스푼씩, 자염 약간, 탄산수 100cc.



닭은 깨끗히 씻어 핏물을 제거해 두고, 닭 껍질과 기름을 제거한 후 위의 부재료들 넣고 센 불에서 중간중간 불순불을 걷어내며 1시간 정도 끓여줍니다.

산후에 닭은 매우 중요한 식재료입니다. 대만에 “아기 잘 낳으면 닭 냄새, 술 냄새요, 아기 잘못 낳으면 관이 기다린다.”는 속담이 있는데요, “닭 냄새”는 한족(漢族) 산모들의 “미역국”격인, 참기름에 닭을 볶은 후 물을 부어 끓이는 저 유명한 “마유계(麻油鷄)”라고 부르는 “참기름닭국” 냄새를 말하고, 술 냄새는 산후에 필수로 복용하는 한약인 “생화탕(生化湯)”을 달일 때 첨가되는 청주 냄새를 뜻할 정도로, 중국 사람들은 산후에 닭고기를 필수로 여겨 왔습니다.

우리나라 궁중에서는 닭보다는 꿩을 주로 사용했는데요, <호산청일기>에서 영조의 생모인 최숙원에게“생치(生雉)”를 올렸다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의“생치”는, <시의전서>에서도 보이는, 닭을 넣어 끓인 탕보단 훨씬 고급인 “생치국”이나, <일성록(日省錄)>에 보이는 생치탕의 형태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꿩대신 닭이란 말도 있듯이 요즘 꿩고기를 구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잘 자란 닭을 사용합니다. 물론 구할 수 있으면 꿩이나 토종닭을 사용하면 더욱 좋겠습니다.^^



잘 끓고 있군요.^^

중간에 뼈를 발라 칼등으로 내리쳐 쪼갠 다음 다시 넣고 끓여주면 육수가 훨씬 진해집니다. 뼈 안의 골수 맛이 매우 좋기 때문입니다. 영양가도 높고요.

1940년 6월에 조선식선연구소(朝鮮食膳硏究所) 소장인 홍선표가 쓴 <조선요리학>에도 보면 꿩에 대한 설명 중 "또한 꿩의 고기는 그냥 구어먹든지 삶아먹는것보다 뼉따귀까지 칼로이기어 만두소를 넣는것이 보통 많이 먹는 방법인것도,,,(후략)"라고 하여 뼈를 같이 요리하는 것이 좋다고 한 바 있습니다.


육수 끓고 있는 동안, 계란은 황백지단으로 부쳐내고, 야채들은 적당한 크기로 썰어 준비 해둡니다.


 

다 끓인 후 육수를 체에 거릅니다.



면보나 삼베에 다시 한 번 걸러줍니다. 깔끔한 육수를 위해서지요.^^



잘 익은 닭은 한 김 식혀, 손으로 살만 결대로 찢어서 자염 약간만 하고 밑간해 둡니다.

식혀둔 육수 400cc 정도에 식초 + 겨자 + 메이플시럽 각 1스푼씩, 자염은 짜지 않게 넣어 준비해 둡니다.(냉장고에 넣어 살짝 시원하게 해 놓습니다.) 젖양을 늘려주는 땅콩, 잣, 참깨도 잘게 부숴 놓습니다.


 

그릇에 닭고기 먼저 담고, 황백지단, 채 썰어 둔 야채들을 빙 둘러가며 가지런히 놓은 다음, 준비해 놓은 육수(아주 약간만 시원해야 합니다. 이가 시릴 정도로 차게 하면 절대 안됩니다.)를 붓고, 청량감을 위해 탄산수 100cc를 첨가하고, 고명으로 견과류를 듬뿍 올려 맛있게 먹습니다.^^


cf) 사용장비 : Pentax K-5II, Pentax 35mm limit macro, Metz 52 AF-1, 라이트룸 5.7.1.